"엄마, 혹시 전생에 스파이였어? 왜 내 카톡 내용을 다 알고 있냐고!"


 

오늘도 내 방 문을 박차고 들어가며 외쳤다. 내 나이 스물여섯.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님 집에 얹혀사는 서러운 한국-장녀다.

사건의 발단은 어제저녁이었다. 친구 단톡방에서 이번 주말에 호캉스를 가기로 비밀리에 모의를 마쳤다. 엄마한테는 슬쩍 "주말에 친구랑 스터디 카페 가기로 했어"라고 완벽한 알리바이를 대놓은 상태였다. 그런데 오늘 아침, 식탁에 앉자마자 엄마가 프렌치토스트를 툭 던지며 말했다.
"주말에 수영복 챙겨가라. 호텔 수영장 추울지도 모르니까 가디건도 가져가고."
"……어? 어어? 엄마가 그걸 어떻게 알아?!"
"내가 모르는 게 어딨어. 밥이나 먹어."
소름이 돋았다. 내 스마트폰에 해킹 프로그램이라도 깔아둔 게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내 완벽한 범죄(?) 계획을 알 리가 없었다.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식탁 맞은편에 앉은 엄마를 노려보았다. 엄마는 아주 평온한 표정으로 멸치볶음을 집어 먹고 있었다.
"엄마, 솔직히 말해. 내 폰 훔쳐봤지? 패턴 알아냈어?"
"내가 네 폰을 왜 봐? 눈 나빠지게."
"그럼 어떻게 알았는데! 돗자리 깔았어? 작두 타?"
내가 방방 뛰자, 엄마는 한심하다는 듯 한숨을 푹 쉬더니 거실 TV 옆을 가리켰다. 거기에는 일주일 전에 엄마가 새로 산 인공지능 스마트 스피커가 당당하게 서 있었다.
"야, 네가 어젯밤에 거실에서 물 마시면서 그랬잖아. '기가지니, 이번 주말 인천 호텔 날씨 어때? 수영하기 좋나?' 하고."
"……아."
기억이 났다. 방에서 카톡을 끝내고 나와 목이 말라 물을 마시다가, 무의식중에 인공지능 스피커한테 날씨를 물어봤던 것이다. 그걸 거실 소파에서 드라마를 보던 엄마가 다 듣고 있었다.
나의 멍청함에 이마를 짚고 있는데, 엄마가 쐐기를 박았다.
"그리고 너, 저번 달에 남친이랑 헤어진 것도 다 알아."
"악! 그건 진짜 어떻게 알았는데?! 나 아무 말도 안 했잖아!"
"너 헤어진 날 밤에 치킨 시켜달라 해놓고, 닭다리 나한테 다 양보하더라? 네가 제정신이면 나한테 다리를 주겠냐? 백시형(전 남친) 개새끼 하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줬겠지."
"……."
엄마의 프로파일링 실력은 셜록 홈즈 급이었다. 닭다리를 양보한 것이 내 인생 최대의 실수였다. 슬픔에 잠겨 고기를 넘기지 못했던 그 눈물의 밤이, 엄마에게는 완벽한 증거가 되었던 것이다.
민망함에 얼굴이 홍당무가 된 나를 보며 엄마가 피식 웃었다. 그러고는 주머니에서 슬그머니 카드를 꺼내 내 쪽으로 밀어 넣었다.
"가서 맛있는 거 먹고 수영도 실컷 하고 와. 실연의 아픔은 호캉스로 잊는 거다."
"엄마……!"
나는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엄마를 껴안으려 했다. 하지만 엄마는 빛의 속도로 나를 밀쳐내며 말했다.
"대신 올 때 면세점에서 엄마 영양제랑 립스틱 사 와. 카드 긁으면 문자로 다 뜨니까 한도 초과 안 나게 조심하고."
역시 우리 엄마는 스파이가 맞다. 그것도 아주 치밀하고 무서운 자본주의형 스파이. 나는 조용히 엄마의 카드를 챙겨 방으로 돌아왔다. 이번 주말 호캉스는 엄마의 은혜 아래 아주 스펙터클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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